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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작가의 하루

집필 중 겪은 번아웃과 회복 경험

by 작가: 흑서린 202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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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길 위에서 나는 여러 번 무너졌다. 번아웃이라는 단어는 사전 속의 표현이 아니라 내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그림자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쓰고 싶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손끝이 굳어버리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글자가 한 줄도 이어지지 않는 공백 속에 빠진 경험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그 시간을 고통으로 기억하지만 동시에 소중한 깨달음의 시간으로도 남겨두고 있다. 번아웃은 단순히 지침이 아니었고, 회복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글쓰기를 진짜로 이해하게 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내 첫 번아웃은 장편 연재를 시작하고 몇 달 뒤 찾아왔다.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넘쳐흘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줄줄이 이어졌고,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르게 원고를 쏟아냈다.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댓글이 달리고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나는 더 큰 열정으로 밤을 새우며 글을 썼다. 그러나 그 열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 이틀, 일주일 정도는 괜찮았지만, 몇 달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마치 불을 밝히기 위해 기름을 쏟아부었는데 연료가 바닥나버린 듯했다.

그때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몇 시간 동안 화면만 바라보았다. 커서가 깜빡였지만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억지로 쓴 문장은 스스로 봐도 형편없었고, 삭제 버튼을 누르며 자책이 쌓였다.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 무렵부터 나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도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이것이 바로 번아웃이었다. 열정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나는 공허와 죄책감만 안고 있었다.

처음에는 더 열심히 하려 했다. 번아웃을 이기는 방법은 더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억지로 쓴 문장은 나를 더 지치게 했고, 글쓰기 자체가 두려워졌다. 그러다 결국 나는 원고를 중단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연재를 멈추고 며칠, 몇 주를 보냈다. 그 시기는 내게 패배처럼 느껴졌다. 작가로서 실패했다는 생각, 내가 이 길을 걸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다른 관점이 생겨났다. 번아웃은 단순한 나약함이 아니라,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한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회복의 시작은 멈춤이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펜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컸지만, 며칠 동안 글을 쓰지 않고 걷거나 음악을 듣거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서서히 마음이 풀렸다. 글을 쓰지 않아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독자들은 기다려주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글쓰기는 달리기 경주가 아니라 긴 호흡의 여정이라는 것을.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는 것도 과정의 일부였다.

나는 번아웃을 겪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배웠다. 책상 앞에서만 글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산책 중에 본 하늘빛, 친구와 나눈 사소한 대화, 카페에서 들려온 노랫소리도 모두 글의 재료였다. 이전에는 원고를 쓰는 시간만 글쓰기라고 생각했지만, 번아웃 이후 나는 삶 전체가 글쓰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내게 새로운 자유를 주었다.

또한 나는 글쓰기 습관을 조정했다. 예전에는 하루에 수천 자를 목표로 억지로 썼지만, 이제는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진심을 담아 쓰기로 했다.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꾸자 신기하게도 글이 다시 흘러나왔다. 번아웃은 나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들었다.

회복의 과정에서 나는 독자와의 관계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독자의 기대에 끌려다니며 스스로를 몰아세웠다면, 이제는 나의 속도와 호흡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독자들은 완벽한 작가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진심을 담은 문장을 기다린다. 그 사실을 깨닫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다시 연재를 이어갔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번아웃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멈춤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나는 번아웃 덕분에 글쓰기와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지치고 무너진 시간을 지나온 후, 나는 더 단단해졌고 글은 더 진실해졌다.

지금도 때때로 번아웃의 기운이 다가오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나는 알고 있다. 잠시 멈추어도 괜찮고,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글쓰기는 실패와 회복의 반복 속에서 자라난다. 번아웃조차 나를 성장시킨 스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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