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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작가의 하루

글이 삶을 위로해준 경험담 1편

by 작가: 흑서린 2025.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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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삶을 위로해준 경험담 1편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내 안의 조용한 대화를 듣는다. 어떤 날은 그 대화가 따뜻하게 다가와서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주고, 또 어떤 날은 아프게 찌르며 내가 마주하기 힘들었던 마음의 조각들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글은 언제나 나를 위로하는 쪽에 가까웠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가 버텨내지 못했을 순간들이 있었고, 글은 그 순간마다 나를 붙들어 주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친구들 앞에서는 웃고 떠들었지만, 혼자가 되면 쉽게 지치고 울컥하는 날이 많았다. 그때마다 공책 한 권을 꺼내 조용히 글을 적었다. 누구에게 보이려는 글이 아니라, 나만이 알 수 있는 언어였다. 하루 동안 참았던 서운함, 말하지 못했던 기분, 표현하지 못한 두려움들이 글씨로 옮겨지는 순간, 마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아직 해결된 건 없는데도, 쓰고 나면 어쩐지 살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성인이 되어 공장에서 일하며 살아가던 시절에도 글은 나의 위안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노동, 사람 사이의 갈등,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듣게 되는 불필요한 말들.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돌덩이처럼 쌓였다. 그러나 퇴근 후 작은 방 안에 앉아 글을 쓰면, 낮 동안의 돌덩이는 부드러운 흙으로 변해갔다. 힘들었던 일을 글로 적어 내려가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를 견뎌냈구나’라는 사실이 눈앞에 드러났다. 하루의 의미를 붙잡는 일이 글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글이 위로가 된다는 건 단순히 나를 진정시키는 차원을 넘어섰다. 때때로 나는 내가 쓴 문장에서 스스로 놀랐다.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있었고, ‘그래도 나는 아직 희망을 말하고 있구나’ 하고 안도한 적도 있었다. 무심코 적은 한 줄이 나 자신을 위로해 주는 경험은 글쓰기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더 큰 위로는 독자의 반응에서 오기도 했다. 용기를 내어 글을 온라인에 올렸을 때, 댓글 하나가 나를 구해준 적이 있다. “이 글을 읽으니 힘이 났습니다.” 단 한 줄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내가 내 삶을 버텨내기 위해 쓴 글이, 누군가의 하루를 버텨내는 힘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 어떤 보상보다 값졌다. 글은 나와 독자를 동시에 위로하는 다리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물론 글이 늘 쉽게 위로가 된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쓰면서 더 울기도 했고, 글을 마친 뒤에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조차도 의미가 있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위로였다. 울어도 괜찮다는 허락을 글쓰기가 대신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작가라는 이름을 붙잡게 된 지금도 글은 여전히 내 삶의 위로다.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면서 막막할 때, 독자의 반응이 두려울 때, 나는 다시 공책이나 화면을 열고 솔직한 마음을 쓴다. 글은 나의 일기를 넘어, 삶을 이해하고 정리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앞으로도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글이 없이는 나를 위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삶은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무게를 얹어오지만, 글은 그 무게를 버틸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준다. 결국 글은 내 삶의 안식처이자 가장 믿을 수 있는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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