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필 중 찾아온 ‘불안감’과 그것을 다루는 법
불안감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맞닥뜨리는 감정이다. 마치 그림자가 빛을 따라다니듯, 글을 쓰는 순간에도 늘 그 불안은 옆에 자리한다. 때로는 독자가 읽어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글이 부족하다는 자책감으로, 또 어떤 날은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불확실함으로 다가온다. 집필을 시작한 순간부터 불안은 이미 글쓰기의 일부가 되어 있다.
나는 처음 장편을 쓸 때 그 불안을 가장 강하게 느꼈다. 원고지 몇 장을 채운 것도 아닌데, ‘이 이야기가 끝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노트북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조차 나를 재촉하는 듯 보였다. 멈춰 있으면 잘못하고 있는 기분, 써 내려가도 부족한 기분. 그 모순된 감정이 바로 불안이었다.
불안은 종종 비교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나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때마다 마음속에 작은 열등감이 싹텄다. ‘왜 내 문장은 이렇게 밋밋할까?’ ‘왜 저 사람은 저렇게 독자를 사로잡을까?’ 비교는 발전을 위한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통제하지 못하면 불안의 연료가 되어 나를 잠식한다.
나는 그 불안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로 했다. 글을 쓰는 동료와의 대화에서, 독자와의 피드백 자리에서, 때로는 일기 같은 글로 기록하면서 불안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렇게 적어 내려간 문장 속에서 불안은 단순히 ‘해결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내가 더 나아지고 싶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안은 내가 글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불안을 다루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루틴이었다. 일정한 시간에 글을 쓰고, 일정한 장소에서만 키보드를 두드리며, 마치 습관처럼 집필을 이어갔다.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에도 ‘앉아 있기’만은 지켰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불안은 나를 갉아먹기보다 조용히 옆에서 앉아 기다리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불안을 ‘동료’처럼 대하는 태도도 배웠다. 불안은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였고, 긴장은 곧 몰입의 가능성을 뜻하기도 했다. 중요한 장면을 앞두고 불안이 찾아오면, 나는 오히려 ‘이 장면이 그만큼 중요한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집중했다. 불안이 알려주는 방향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깨달은 것은, 불안이 사라지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완결을 내고 나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할 때도 불안은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불안에 짓눌리지는 않는다. 이제는 불안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돌려세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운다. 그 싸움에서 불안은 가장 익숙한 상대다. 완전히 이기려 하지 말고, 적당히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것이 내가 집필 중 불안을 다루는 방식이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불안하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동시에 확신한다. 불안이 있기에 나는 글을 쓰고, 글을 쓰기에 불안은 조금씩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불안은 멈춤이 아니라, 내가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작가 노트 > 작가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글이 삶을 위로해준 경험담 2편 (0) | 2025.09.22 |
|---|---|
| 글이 삶을 위로해준 경험담 1편 (0) | 2025.09.22 |
| 글쓰기와 인간관계: 균형 잡는 나만의 방식 (0) | 2025.09.21 |
| 가족/친구에게 작품을 보여줬을 때 생긴 에피소드 (0) | 2025.09.21 |
| 완결 후, 후속작을 기획할 때 고려할 점 (0) | 2025.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