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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작가의 하루

글쓰기와 인간관계: 균형 잡는 나만의 방식

by 작가: 흑서린 2025.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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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인간관계: 균형 잡는 나만의 방식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고립’과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다. 집필은 철저히 혼자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사회적 관계를 무시할 수도 없고, 반대로 인간관계에 치여 글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 글쓰기와 인간관계 사이의 줄다리기를 반복하며, 그 안에서 나만의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처음 작가라는 길을 시작했을 때, 나는 거의 모든 인간관계를 스스로 끊다시피 했다. 밤새워 글을 쓰고, 낮에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집필을 이어가는 생활. 그러다 보니 연락을 하던 친구들도 하나둘 멀어졌다. 모임이나 약속은 번번이 취소했고, 집필에 몰두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고립감은 내 글에도 스며들었다.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숨결을 잃어버린 듯, 생기가 사라졌다. 세상과 단절된 채로 쓰는 글은 결국 나 자신만의 방에 갇힌 기록일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인간관계는 글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누군가와 웃고, 다투고, 오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얻는 감정의 파편들이 결국 글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나는 그제야 다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만, 모든 관계를 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내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시간 구획’이다.


예전에는 원고에만 몰입하다 보니 관계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주중에는 집필을 우선으로 두되, 주말의 반나절은 반드시 누군가를 만나는 시간으로 비워둔다. 친구와의 커피 한 잔, 가족과의 식사, 짧은 전화 통화라도 그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한다. 이 작은 루틴이 인간관계를 끊기지 않게 지켜주었고, 동시에 글에도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어 주었다.

두 번째 방법은 ‘솔직한 대화’다.

글을 쓴다는 이유로 약속을 자주 미루면 주변에서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이제는 글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면 솔직하게 말한다. “지금은 마감 중이라 힘들어, 하지만 끝나면 꼭 만나자.” 이렇게 말하면 상대도 이해해준다. 거짓 약속보다 솔직한 고백이 관계를 오래 지속시킨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나 역시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려고 한다. 내가 글을 이유로 거리를 두듯, 그들도 자신의 삶 때문에 나와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

세 번째 방법은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는 태도’다.

모든 사람이 글쓰기를 이해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글쓰기를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나는 배우는 것이 많다. 회사 이야기를 듣다가 소설 속 인물의 직업을 구상하기도 하고, 친구의 고민 속에서 캐릭터의 갈등을 떠올리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곧 글의 원천이다. 그래서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의 세계를 존중하며 받아들인다.

물론 여전히 갈등은 있다. 마감일이 다가오는데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마음이 흔들린다. 인간관계에 집중하다 보면 글이 밀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갈등 자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글과 관계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할 두 축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결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은 글에 치우치고, 내일은 관계에 치우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불균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다.

나는 작가로서 인간관계가 나를 끊임없이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글로 승화되고, 관계에서 느낀 기쁨은 글의 온기를 만든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인간관계는 언제나 부담이자 동시에 선물이다. 균형은 완벽히 맞출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조율해야 하는 리듬에 가깝다. 그리고 그 리듬이 흔들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지금 내 삶에서 글과 관계, 어느 쪽이 더 필요하냐고.

이 질문을 반복하는 한, 나는 균형을 완벽히 맞추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또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글쓰기와 인간관계 사이의 균형은 ‘정답’이 아니라 ‘태도’라는 것을, 나는 오늘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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