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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창작 노트

집필하면서 깨달은 돈과 시간의 가치

by 작가: 흑서린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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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하면서 깨달은 돈과 시간의 가치

작가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자유로워 보인다. 회사에 출근할 필요도 없고, 누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실제로 집필에 뛰어들면, 그 자유로움이 곧 무거운 책임이 되어 돌아온다. 하루 24시간이 전부 내 몫처럼 보이지만, 그중 얼마를 제대로 쓰느냐가 결국 글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그렇게 ‘시간’은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다가왔다.

나는 처음 집필을 시작했을 때, 시간을 흘려보내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무한히 주어져 있는 것처럼 착각했다. 하지만 글이 길어지고 연재가 쌓일수록, 시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고, 그 양을 채우기 위해서는 ‘돈’ 또한 필수적이었다.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글은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은 단순히 생활비를 마련하는 수단이 아니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사는 도구였다. 식비와 월세를 감당해야 했고, 전기세와 인터넷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노트북 앞에 앉아 마음 편히 글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글을 쓰며 벌어들이는 소득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단순히 계좌에 찍힌 숫자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숫자가 ‘며칠의 집필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는가’를 먼저 계산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나는 작은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작업 노트를 펼치고, 가장 중요한 장면을 우선 기록했다. 오전 시간은 집중력이 가장 높은 골든 타임이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반면 오후에는 주변 소음이나 피로가 몰려왔기에, 자료 조사나 수정 같은 비교적 덜 창의적인 작업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건, 시간도 돈처럼 분배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무작정 오래 앉아 있는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에너지를 투입하느냐가 성패를 갈랐다.

또한 돈과 시간은 서로를 밀어내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했다. 가령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면 생활비는 안정되지만, 글을 쓸 시간이 줄어든다. 반대로 집필에만 몰두하면 원고는 쌓이지만, 생활비의 압박이 커져 창작 자체가 흔들린다.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은 늘 어려운 숙제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글쓰기가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니라, 철저히 시간과 돈의 계산 위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글은 더 절실해졌다. 원고 한 편이 단순히 독자의 감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하루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만을 좇으며 글을 쓰지는 않았다. 돈은 글을 위한 조건일 뿐, 목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조건을 무시하면 글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내게 돈과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쓸까? 아마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쓴 문장이야말로 진짜 내 것이고, 그 문장이 쌓여 내 삶을 지탱했기 때문이다. 돈과 시간을 관리하는 일은 결국 글쓰기를 관리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원고를 마감하면서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번 달 생활비가 얼마인지, 다음 달까지 확보된 시간이 며칠인지, 그리고 그 안에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한다. 돈과 시간이란 결국 내 글을 세상에 남길 수 있도록 붙잡아주는 두 개의 축이었다. 그리고 그 축을 지키는 일 자체가 이미 작가로서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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