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가 노트/창작 노트

글쓰기와 일상 루틴이 충돌할 때 대처법

by 작가: 흑서린 2025. 9. 20.
반응형
SMALL

글쓰기와 일상 루틴이 충돌할 때 대처법

작가로 산다는 것은 글만 쓰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 아니다. 글쓰기는 분명 나의 중심축이지만, 동시에 생활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 끼워져 굴러가야 한다. 밥을 먹고, 집을 치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직장을 다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다. 글은 내 안에서 늘 타오르지만, 외부의 일상은 그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루틴의 충돌은 작가에게 가장 흔하고도 가장 힘든 문제다.

나는 처음 글을 연재하던 시절, 매일 정해둔 시간에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직장일이 길어지거나 약속이 생기면 글쓰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오늘 하루만 쉬자”라는 마음은 다음 날로 이어졌고, 결국 몇 주간 글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루틴은 무너지고, 독자와의 약속도 흔들렸다.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글쓰기를 ‘특별한 루틴’으로만 두면 일상과 쉽게 충돌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글을 일상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테면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짧은 메모를 남기는 것, 점심시간 10분을 활용해 장면 구상을 하는 것,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하루의 문장을 정리하는 것. 이렇게 작은 단위로 쪼개어 글을 일상 속으로 흩뿌려 놓으면, 루틴과 충돌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엮인다.

물론 여전히 충돌은 일어난다. 가족 모임이나 긴급한 일정, 몸이 아픈 날은 계획이 뒤틀린다. 그럴 땐 억지로 글을 짜내는 대신, 하루를 글의 재료로 삼는다. 모임에서 들은 대화 한 줄, 길에서 스친 풍경 하나, 아픔에서 나온 감정까지 모두 기록해둔다. 그렇게 모아둔 조각들은 다시 글의 토양이 된다. 충돌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글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글이 내 삶의 최종 목표라면, 다른 일상은 글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이 된다. 일상을 돌보지 않으면 글도 버틸 수 없다. 반대로 글을 포기하면 나라는 존재의 중심이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글과 생활을 서로 적으로 두지 않는다. 대신 공존을 위한 협상을 매일 한다. “오늘은 생활에 시간을 주겠다, 대신 내일은 글을 우선한다.” 이렇게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조율한다.

예전에는 루틴의 충돌이 실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충돌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다. 오히려 충돌이 있기에 글은 더욱 단단해지고, 생활은 더 깊어진다. 결국 중요한 건 완벽한 루틴이 아니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힘, 그 반복이 작가를 만든다.

나는 오늘도 일상과 글쓰기의 충돌 속에 서 있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다. 충돌은 나를 쓰러뜨리지 않고, 오히려 다음 문장을 끌어내는 에너지가 된다. 글과 생활은 충돌 속에서도 결국 같은 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