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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창작 노트

설명과 묘사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by 작가: 흑서린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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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면서 늘 부딪히는 질문이 있다. “이 장면을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지?”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게 두는 게 나을까, 아니면 세세하게 묘사해야 할까?” 설명과 묘사의 균형은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설명이 너무 많으면 글이 지루해지고, 묘사가 부족하면 세계가 빈약해진다. 나는 수많은 실패와 실험을 통해 그 균형을 조금씩 배워왔다.

처음 글을 쓸 때 나는 설명을 과도하게 했다. 독자가 모든 걸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 세계관부터 캐릭터의 과거까지 처음부터 장황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독자 반응은 냉담했다. “설명만 가득하다” “이야기가 안 나아간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독자는 강의가 아니라 이야기를 보러 온다는 것을. 설명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이야기의 흐름을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을.

반대로, 묘사에만 의존한 적도 있었다. 화려한 문장을 쓰고 싶어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했지만, 정작 독자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분위기는 있었지만, 사건의 맥락이 사라졌다. 묘사는 감각을 살리지만, 맥락이 없으면 공허하다. 설명과 묘사는 언제나 짝을 이루어야 했다.

나는 점차 원칙을 세웠다. 설명은 ‘이야기의 뼈대’를 드러내는 데만 쓰고, 묘사는 ‘살과 피부’를 입히는 데 쓴다는 것이다. 설명이 없다면 독자는 길을 잃고, 묘사가 없다면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글은 살아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전쟁터에 도착하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설명으로는 “전쟁은 3년째 이어지고 있었고, 이곳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다.”라고 적을 수 있다. 이는 독자에게 상황을 이해시키는 최소한의 정보다. 그다음 묘사가 들어간다. “불에 탄 나무 기둥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흙바닥에는 아직도 식지 않은 피가 번들거렸다.” 이런 묘사가 들어가면 독자는 현장을 눈앞에 그릴 수 있다. 설명이 방향을 잡고, 묘사가 감각을 채우는 것이다.

설명과 묘사의 적정선은 장르에 따라 달라진다. 판타지에서는 세계관 설명이 필수다. 독자가 낯선 세계에 몰입하려면 규칙과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러나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인물의 행동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야 한다. 예를 들어 “마법은 오직 귀족만 쓸 수 있었다”라는 설명을 직접 쓰는 대신, 평민이 마법을 쓰려다 체포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묘사를 통한 설명은 지루하지 않고, 독자에게 더 강하게 각인된다.

로맨스에서는 설명보다 묘사가 중요하다. 인물의 표정, 손끝의 움직임, 목소리의 떨림 같은 묘사가 감정을 전달한다. “그녀는 그를 좋아했다”라는 설명보다,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손끝만 만지작거렸다”라는 묘사가 훨씬 설득력 있다. 설명은 감정을 요약하지만, 묘사는 독자가 직접 느끼게 한다.

스릴러에서는 설명과 묘사의 리듬이 긴장감을 만든다. 범인의 단서를 설명으로 제시할 때는 간결해야 하고, 공포를 주는 장면은 묘사로 길게 끌어야 한다. 독자는 설명으로 사건을 이해하고, 묘사로 공포를 체험한다. 이 두 가지가 맞물려야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나는 설명과 묘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독자 시선을 자주 떠올린다. 독자가 이 장면에서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 어떤 감각을 느끼고 싶어 하는가. 필요 이상의 설명은 독자의 상상력을 빼앗고, 필요 이상의 묘사는 독자의 인내심을 빼앗는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이 장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또 하나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초고와 퇴고의 분리였다. 초고를 쓸 때는 설명을 과감히 늘려도 괜찮다. 글이 늘어지는 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전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퇴고할 때는 설명을 덜어내고 묘사를 살린다. 불필요한 설명을 지우고, 감각적인 장면을 강화한다. 이렇게 하면 글은 더 단단해졌다.

나는 지금도 설명과 묘사의 균형 앞에서 망설인다. 그러나 이제는 완벽한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균형은 정답이 아니라 감각이기 때문이다. 글마다, 장면마다, 심지어 문장마다 그 적정선은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균형을 고민하는 그 과정 자체가 글을 성장시킨다는 사실이다.

혹시 설명과 묘사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설명은 최소한으로, 묘사는 필요한 만큼만. 그리고 언제나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라.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설명하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묘사하라.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라.

나는 앞으로도 수없이 설명하고 묘사할 것이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설명과 묘사의 균형을 찾으려는 그 고민이 내 글을 더 깊고 생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결국 균형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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