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감이란 단어는 작가에게 두 얼굴을 가진다. 한쪽은 끝내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을 품고 있고, 다른 한쪽은 글을 완성할 수 있다는 기대와 희열을 안고 있다. 나는 매번 마감을 앞두고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이 두 얼굴을 동시에 마주한다. 현실 속 하루는 초조하게 흘러가지만, 그 긴장감 덕분에 글은 오히려 속도를 얻는다. 마감 직전의 하루는 늘 특별하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오늘 써야 할 분량이다. 커튼을 젖히며 빛이 들어오지만, 머릿속은 이미 숫자로 가득하다. 몇 자, 몇 페이지, 몇 장면. 나는 현실의 시계보다 원고 분량의 숫자를 더 의식한다. 평소라면 커피를 천천히 내리며 하루를 시작했을 텐데, 마감 직전의 아침은 다르다. 커피도 급하게 내리고, 식사도 건너뛴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이야기가 흐르고 있고, 손은 얼른 키보드에 닿기를 원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집중력은 평소와 다르다. 마치 몸 전체가 긴장한 활처럼 당겨져 있다. 문장 하나에도 평소보다 훨씬 신중하다. 하지만 동시에 더 빠르기도 하다. 쓸데없는 망설임은 줄고, 가장 본질적인 장면만을 뽑아내려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날것의 긴장감은 글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 독자들이 가장 몰입해서 읽는 장면 중 많은 부분이, 사실 마감 직전에 쓰인 것들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점심이 되어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배는 고프지만, 식탁 앞에서도 원고 생각뿐이다. 국을 떠먹으며도 주인공의 대사를 머릿속으로 수정하고, 반찬을 집으면서 다음 장면의 전환을 고민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일상은 글에 완전히 종속된다. 평범한 한 끼조차 글의 재료이자 도구가 된다. 나중에 작품 속에서 인물이 초조하게 식사를 하는 장면을 쓰게 되면, 아마도 오늘 같은 마감 직전의 기억이 그대로 녹아들 것이다.
오후에는 몸과 정신이 모두 지친다. 하지만 그 피로마저 원고에 스며든다. 주인공이 벽에 부딪히는 장면을 쓰다가, 동시에 내 현실의 피로가 겹쳐진다. 그래서인지 마감 직전에 쓰인 글은 기묘하게도 더 사실적이고 생생하다. 나 자신이 곧 이야기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이 되면 초조함은 극에 달한다. 원고 제출 시간이 다가오고, 아직 남은 장면이 있을 때면 손끝이 떨리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이 긴박한 순간이 내게 가장 큰 집중력을 준다. 방 안은 고요하고,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그리고 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마지막 장면을 밀어낸다. 긴장을 삼켜가며 쓴 문장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직설적이다.
드디어 원고를 제출하는 순간, 마감 직전의 긴장감은 안도감으로 바뀐다. 몸은 무겁게 가라앉지만, 마음은 가볍게 뜬다. 이 이중적인 해방감은 작가만이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하루 종일 초조함에 시달리다 마침내 마감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든 고생이 보상받는다. 그리고 나는 다시 깨닫는다. 이 긴장과 해방의 반복이 나를 계속 글쓰기로 이끈다는 것을.
마감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잠시 휴대폰을 켠다. 그때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짧게라도 읽어본다. 나와 같은 시간에 원고를 올린 작가들, 이미 완결을 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작가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나 역시 배운다. 예를 들어 오늘은 한 작품에서 특히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이 마감에 쫓기는 듯 하루를 묘사하는 대목이었다. 읽는 순간, 마치 내 일기를 대신 써준 듯 공감이 밀려왔다. 이런 장면은 작가로서도 배우고, 독자로서도 위로받게 된다.
마감 직전의 하루는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소중하다. 현실에서는 불안과 초조가 가득하지만, 그 순간에 나온 문장들은 나중에 다시 읽어도 생생하다. 독자들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은 바로 이런 날의 기록에서 비롯된다. 글은 결국 작가의 삶에서 나온다. 그리고 마감 직전의 하루만큼 진솔하고 강렬한 삶의 기록은 없다.
혹시 이런 마감의 긴장감과 해방감을 글 속에서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하다면, 제가 연재 중인 작품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다. 직접 읽다 보면 현실의 작가와 판타지 속 인물이 같은 긴장과 초조를 공유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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